♩♬♪ 감자빼때기 감자빼때기
몰랐다(말랐다) 몰랐다 감자빼때기 ♩♪♬
감자빼때기를 아시는지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놀이를 했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저희들이 자랄 때는 고구마를 감자(감저)라고 불렀지요...
감자는요?.. '지실'이라고 불렀답니다.
그 옛날 고구마를 먹는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쪄서 먹는 것은 보통이고,
나무로 밥을 지을 때 불 속에 고구마를 던져 넣으면 구수한 군고구마로 먹을 수 있고,
또 밥을 할 때는 밥량을 많게 하기 위해서 넣어서 먹고,
삶은 고구마를 으깨어서 밀가루를 섞어 쪄내면 맛있는 범벅이 되기도 하지요.
마지막은 감자빼때기를 만들어서 먹는 법이죠...
제일 맛있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 감자빼때기입니다.
감자빼때기는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지만 맛이 특이하면서도 좋거든요...
먹을 게 귀한 시절이어서 그런지 고구마는 정말 맛있는 먹거리였습니다.
늦가을, 초등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면
길바닥에 둥그렇게 썰어진 고구마가 널려 있곤 했지요.
그게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우리 집은 밭도 없었고... 뱅작(병작)을 하더라도 고구마는 심지 않았거든요.
아무도 없으면 널려있는 고구마를 몇 개 집어먹으면서 오기도 했습니다.
잘 말린 감자빼때기는 겨울철에 아주 맛있는 간식이 됩니다.
간식이라곤 거의 없다시피 했던 어린 시절에 감자빼때기는 최고의 먹거리였습니다.
가끔은 어머니가 여러 곳에서 얻은 것을 모아 새막에 보관한 적이 있었지요.
빨리 쪄서 먹었으면 맛있게 먹었을 귀한 감자빼때기가 잘못 보관한 탓인지
검푸른 곰팡이가 생겨버렸습니다.
먹을 게 귀했던 그 시절에 그걸 그냥 버릴 리가 없지요...
곰팡이가 핀 감자빼때기를 단물이 나오는 곳으로 가져가서 하나하나 씻었습니다.
한겨울에는 바닷물이나 산에서 땅속을 통해 바다로 흐르는 단물에 손을 담그면 따뜻합니다.
하지만, 물에 젖은 손이 물밖에 나오면 얼마나 춥고 시려운 지 손이 빨갛게 되지요.
그러면 손이 간질간질하면서 동상에 걸린 듯이 보입니다.
그렇게 씻어낸 감자빼때기를 솥에다가 가득 넣고 설탕을 뿌려서 졸입니다.
상태가 좋으면 오돌오돌하면서도 달고 쫀득한 맛이 그만인데...
곰팡이가 슬었던 감자빼때기는 약간 냄새가 나고 쫀득함이 사라져서 조금은 퍽퍽하고 맛이 덜합니다.
그것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쪄낸 즉시 없어지곤 했지요.
감자빼때기를 쪄내고 난 후, 솥에 남았던 물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귀하고 맛난 빼때기를 나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단은 고구마가 있어야 하겠길래 고구마를 다 거두어들인 밭에 가서
고구마가 있음직한 곳을 골괭이(호미)로 파내려 갑니다.
그러면 가끔 골괭이에 잘린 고구마가 나오거나 작아서 미처 파내지 못한 고구마들이 나오곤 했지요.
여러 밭을 돌아다니면 조그만 바구니에 가득 찰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고구마를 씻어서 여러 개를 칼로 썰었지요...
누가 집어갈까 봐 마당에다 널어놓을 수도 없고 널 곳을 한참 찾다가
드디어 생각해 낸 곳이 초가지붕이었습니다.
초가 지붕 위에다 정성스레 썬 고구마를 널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몇 날 몇 일을 초가 지붕 위에다 그냥 두었지요.
한번 씩 올라가서 감자빼때기가 잘 마르나 볼 때마다 한 개 두 개씩 입 속으로 들어가더니
나중에는 이걸 다 말려봤자 너무 적어서 식구가 다 먹지도 못하겠다 싶어서 다 먹어버렸습니다.... ^^
감자빼때기는 찌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딱딱해서 이가 부러질 것 같지만, 침을 묻혀 부드럽게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 뜯어먹거나,
손으로 조금씩 쪼개어서 먹으면 그게 우리들에게 과자역할을 하는 간식거리였지요.
보통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하나씩 꺼내어 먹었습니다.
가끔은 감자빼때기가 있는 집 애들을 꼬셔서 갖고 오라고 하고는
어수룩한 곳으로 가서 나눠 먹었습니다.
길에 널려 있는 감자빼때기가 잘 말라갈 무렵 우리들은 빼때기를 훔쳐먹기도 했지요...
그 때는 비닐도 귀하고 종이도 귀한 때라서 보통 훔친 것을 입은 웃옷에다 싸서 안고 내달았습니다.
지키던 할머니가 몽둥이를 들고 쫓아와도 날쌘 우리들을 잡지는 못했지요.
못 먹어본 지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때 삶아서 먹던 감자빼때기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과자가 귀했던 그 시절에는 몸에 좋은 것만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12년이나 차이나는 아가씨에게 '감자빼때기'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선흘에서 살았기 때문에 안답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면서 또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
* * * * * * * * * * * * * * * * * * *
아는 분의 작품입니다.
제목은 '초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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