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음

호박꽃

바당길 2006. 3. 7. 12:15


 

 

 

난 호박꽃이 예쁘다.

호박꽃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어렸을 때 제주도 말로 '우영밭'이라고 하는 텃밭에다가

호박씨도 심고 사탕수수도 심어서

여름이면 사탕수수는 옥수수와 함께

맛있는 대를 먹게 해 주었다.

호박은 갈치국을 끓일 때 넣고

호박잎은 쪄서 된장에 싸서 먹으면 정말로 맛있었다.

그 짙은 녹색이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고 난 호박 줄기...

그 줄기 끝을 잘라서 아버지는 병을 물리셨다.

매일 매일 그 병을 보러 갔다.

그 병 속에는 호박줄기 끝에서 나오는 액이 쌓이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허약한 기를 보충 하시려고

저걸 받아서 드시는 건가 생각했다.

드시는 걸 보지 못해서

정말로 그걸 드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호박은 잎이나 열매나 줄기나

모두 다 우리에게 주고 말라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호박 또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고 갔다.

우리네들 어머니처럼,...

그래서 난 지금도 호박꽃을 보면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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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호박꽃이 필 무렵에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돌담을 타고 올라가 탐스럽게 피었길래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별도봉을 가는 길에 피어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