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음

솔잎을 태우며,...

바당길 2006. 3. 7. 12:13

 

 

초등학교시절...

겨울이 다가오고 학교가 파하면 솔잎을 거두러 나가곤 했다.

솔잎을 많이 해다가 마당 한 곁에 솔잎을 쌓아 놓으면 그 해 겨울은 잘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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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솔잎을 하러 멀리 나갔다.

솔잎을 거두러 가서 목이 마르면 남의 밭에 심어놓은 무를 서리해서 목을 축이고

배가 고프면 고구마를 캐었던 밭에 들어가서 땅을 어느 정도 파면 고구마가 나오곤 했다.

고구마가 없을 때는 무로 대신해서 배를 채우기도 한다.

무로 대신해서 배를 채우면 나중에 속이 시리고 아프다.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솔잎이 많은 곳을 찾아 다니며 거두고 모아서 그것을 지고 또다른 장소를 찾아 다닌다.

솔잎도 한 곳에서 거둘만큼 거둘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대부분은 어른들이 다 걷고난 자리를 찾아 가는 게 고작일 때가 많다.

그래서 그 때는 솔잎을 한 곳에서 많이 거두려고 멀고 먼 곳을 택한 것이었다.

솔잎을 거두면 네모되게 만들어서 줄로 묶고 그것을 지고 집으로 온다.

그 먼데서 솔잎을 지고 오느라고 심신은 다 지쳐 버렸고 쉬며 쉬며 오느라고 날은 저물어 버렸다.

동네 어머니들이 우리를 찾으러 오셨다.

저녁이 다 되어가도 안오니까 걱정이 돼서 찾으러 나온 것이다.

우리는 착한 일을 한다고 했지만... 어머니들은 그게 걱정이었다.

실컷 고생하고 욕듣고...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들을 기쁘게 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송충이가 등을 기어가는 꿈을 꾼다.

나는 그 송충이가 너무도 싫어서 꿈속에서 다신 안가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하지만, 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또 다시 솔잎을 거두러 가곤 했다.

할머니께서 나는 키가 클 것 같다고 항상 말씀 하셨는데

어렸을 때 그 무거운 솔잎을 져서 나르느라고 키가 덜 큰 것 같다.

160밖에 안된다. 적어도 165는 돼야 그래도 키가 컸다고 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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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밥할 때 보리낭이나 유채낭을 지피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밥할 때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솔잎이다.

연기도 나지 않으면서 불꽃 또한 예쁘다.

보리낭은 후닥닥 타버려서 불의 세기가 조절이 잘 안된다.

유채낭도 후닥닥 타는 데다가 또 연기까지 나서 별로 땔감으로는 안좋다.

솔잎은 불도 일정하면서 연기도 나지 않고 불의 세기도 일정하고 보기보단 화력이 세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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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울에 난로니, 보일러니 해서 집안 전체가 따뜻해서 화로불이 없지만,..

그 옛날엔 겨울이 되면 준비를 꼭 해 놓아야 하는 것이 화로다.

그 화로 속에는 나무로 밥하다 남은 불씨를 놓고 숯을 넣는다.

화로불을 쬐다보면 장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 번은 보리낭속에 솔잎을 넣어서 화로불을 붙여 담배피우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

어쩌다 부모님께 걸리면 욕을 바가지로 듣지만... 재미 있다.

안해 보신 분은 지금이라도 해보시기를... ^^*

하지만, 불장난을 하면 밤에 오줌을 싼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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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별도봉을 오르는 길에 서 있는 소나무입니다...
그 아래쪽에는 소나무가 많습니다.
제주도는 겨울이 되어도 앙상한 가지를 보기가 힘듭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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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때문에 이런 모습을 하고 있죠..

나무에게 있어 고난이 바람이라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겠죠?^^

가슴뭉쿨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고난, 이것을 이겨내면 더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거라고...

 

 

[초원].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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